에 대해 각자의 분야에 관계없이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일주일내내 벗어날 수 없어 피곤하다.
벗어날 수 없는김에 내 의견을 작성하자면 어떤 사람들은 아직 제조업 마인드를 못 벗어난 것 같기도 하고(그마저도 이제 첨단 제조업은 기존 제조업 마인드로 성공하기 어렵다) 법률과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법률은 우리나라 법에서 정의하는 구체적인 옳고 그름이 아니라(물론 이도 해석의 여지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다르다), 법과 계약이라는 추상적이기 그지없는 개념 자체가 애초에 우리사회에 왜 존재하는지다.
뉴진스의 성공에 대한 민희진의 기여도, 적절한 보상의 정도, (누구도 실제로 본 적 없는)계약서상 내용 등 크게 세가지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는걸로 보이는데, 이 사건에 대한 반응을 두고 “백수, 사회생활 여부”등으로 딱 잘라서 판단하는 분들은 좀 무서운 분들이라 생각한다. 딱 잘라서 판단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의견의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는다는건데, 이런 사람들은 의견이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때 같이 지내기 매우 어려운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인류의 공통 생존이란 목적을 위해 구성된 사회에 도움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몇주전에 부모님과 얘기하면서 “사내정치도 능력이다”라는 의견을 나누었었는데, 엔터사업과 같은 사람장사는 결국 대중과의 소통, 이미지, 프레임 만들기 등이 핵심 능력이라 생각한다. 예술과 극히 가까워 보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팅도 궁극적으로는 타겟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미디엄(medium)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에 대한 전략으로 볼 수 있고, 하이브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먼저 보도자료를 내놓은것도 대중에게 민희진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회견에 적절한 톤 앤 매너, 아웃핏”을 논하는것은 핵심을 벗어난 견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하이브나 민희진에게 중요한 것은 (1) 법률적 우위 선점 및 (2) 뉴진스 IP에 대한 권리이다.
(1)에 대해서는 하이브가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도어 경영권은 이미 대표이사인 민희진이 갖고 있는데, 경영권을 어떻게 탈취한다는 것인가. 어도어 지분 및 소유권에 대한 문제라면 이현곤 변호사님이 말하셨듯 적대적 M&A도 불법이 아니다. 업무상 배임으로 보기에도 부적절하다. 민희진은 어도어 대표이사이지 하이브 경영진이 아니다. 어도어를 실제로 하이브 산하에서 독립시키려 했더라도 이는 어도어의 이익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이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하이브가 확실한 법적 우위를 점했다면 “감사권 행사”나 “무당 경영”등에 대한 언론 플레이를 굳이 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한다. 참고로 국내 모 반도체 회사는 회장이 무당이 하는말 듣고 공장부지 선정했다는 ‘썰’이 있다.
(2)는 민희진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뉴진스의 거대한 팬덤 없이는 뉴진스 IP의 가치는 연예사업 특성상 0에 수렴한다고 볼 수 있다. 뉴진스를 기획하고 탄생시킨게 민희진이기 때문에, 또 기자회견 후 현재 팬덤의 여론은 압도적으로 민희진을 지지하기 때문에 뉴진스라는 인적자산에 대한 권리는 민희진에게 귀속될 확률이 높다. 뉴진스 IP는 어도어 법인에 귀속되어 있는데 그게 무슨 얘기냐고 반박한다면 법인은 결국 법적으로 구성된 인격, 즉 껍데기임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결국 뉴진스 멤버들과 팬덤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핵심 능력이자 그 사람만이 승리할 수 있는 싸움이고, 민희진은 여기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민희진이 “하이브의 시스템과 글로벌 네트워크가 아니었으면 뉴진스를 이만큼 성공시킬 수 있었겠냐“에 대한 주장은 글로벌 엔터업계를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엔터업계는 항상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상태이다. 다들 새로운 IP에 미쳐있는 시장에서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큰 경쟁우위를 점할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고등학교때 친하게 지냈던 내 친구의 4인조 인디밴드만 해도 맥북에어로 녹음한 곡 하나로 세계적인 유수의 대형 음반사 (label)들로부터 50만달러 계약 이상의 러브콜을 받았었고, 그들과 핏이 맞는 음반사를 골라서 계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