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확대 결정으로 인해 의사분들의 걱정(?) 및 분노가 가득하다. 그래서 그 두가지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1. 의료의 질 저하 (걱정)
내가 고려대 의대 근거중심의학연구소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시했던 지표는 환자의 QoL(삶의 질)이었다. 이는 영국 Cochrane이라는 의학단체의 철학에 영향을 받은것으로, 어떠한 질병에 대한 치료로 인해 삶의 연명이 가능하더라도 QoL이 낮으면 의료의 ROI가 높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염두해두고 한번 생각해보자.
의대 못간 서/연/고생들 2,000명이 의대를 가게 된다고 해서(수험생 중 0.4%) 의료의 질이 눈에 띄게 나빠질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이들은 무려 상위 2%내에 드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료 태스크에서 기존 의대생들의 퍼포먼스와 별반 다를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상위권 성적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문제 하나 차이로 의대를 가냐 안가냐가 결정되고, 이 차이는 대부분의 경우에는 ‘운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들이 의료시장에 참여하므로서 의료의 질이 드라마틱 하게 더 ‘복불복’으로 변할것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물론 미션 크리티컬한(생사가 갈리는) 환경에서의 의료 퍼포먼스는 확률적으로 미세하게 저하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의사분들 주장대로라면 의대생 중에서도 똑똑한 아이라면 이미 필수과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미션 크리티컬한 환경에서의 의료 퍼포먼스는 이미 나빠졌을 확률이 높다. 여기서 미세하게 더 나빠지더라도 의사 덕분에 죽을 사람이 살고 살 사람이 죽는 경우는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며, 통계상 ‘아웃라이어’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 엄마가 자주 하는말이 “그러다 네가 걸리면 100%다”라는 말인데 나는 이 말을 참 싫어한다. 그 논리로 접근하면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다시 QoL 관점으로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초고령화 시대에서 의료의 질이 전체적으로 약간 저하 되는것은 ’축복‘일수도 있다. 예전 같으면 진작에 죽었어야 할 병자들이 온갖 병에 시달리면서 현대 의학의 도움으로 살아가는것보다는 영원히 잠 드는게 그 사람의 의료비 지출대비 QoL을 생각하면 ROI가 더 높을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죽을때 되서도 이런말 할 자신은 없다. 그나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때 이런말을 남겨본다.
2. 기득권 소멸 (분노)
의사들은 소득이나(대한민국 직업 중 1위) 사회경제적 위치로 보았을 때 분명한 기득권이다. 기득권 해당 유무에 본인의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부분은 의사분들이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 수는 2020년 기준으로 13만명인데, 여기서 매년 2,000명이 추가 배출된다고 해서 의사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대한민국의 초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지출은 더 커질것이고, 이는 시장 확대를 의미한다. 의료시장 파이가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의사 공급이 조금 늘어도 수입은 유지될 가능성을 더 크게본다.
거기다가 최근 10년간의 트렌드는 ‘미용‘ 아니었는가? 우리나라는 미용을 잘하기로 소문나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외국인들이 미용 관광을 하러 올 것으로 생각한다.
기득권 소멸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3. 의대 정원확대가 가지는 함의
정부는 비염•허리디스크 한약에도 건보를 적용했다. 한약에 돈을 쓰는것은 의료 퍼포먼스 측면에서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측면에서는 매우 저렴한 대안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는 분명히 선거때 “저소득자들은 불량식품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이는 의료에도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아까 말했듯이 의료에 있어서는 QoL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 환자가 한약을 먹어서 허리디스크가 나았다는 느낌이 든다면 굳이 비싼 MRI를 찍거나 물리치료 프로그램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렇다, 정부의 기조는 ‘의료의 ROI를 높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리턴값(R)은 환자의 생명이나 근본 원인의 치료 여부가 아니라 QoL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의료 시스템과 건강보험 시스템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의료를, 저소득자들은 대안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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