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이 페이스북을 스크롤하다 '평등하지 않은 세상은 자연스럽게 무너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좋아요가 700여개에 공유가 100회가 넘는 글 이었는데, 제목을 보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뻔한 내용일게 뻔했기 때문이다. 글의 요체는 우리나라의 출산율 & 인구 감소 문제는 남녀간의 불평등 (유리천장 문제, 소득격차 등), 서울과 지방의 불평등으로 인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 이런 현상을 우익 남성 유튜버들은 여성들의 '상향혼' 본능으로 설명하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일침을 가한다.
우선,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나는 'Liberal'이라 생각한다) 여성들의 상향혼 본능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다룰 내용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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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는 1인당 국민소득과 출산율을 비교했는데,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가 대체로 출산율이 낮고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가 대체로 출산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타르 (Qatar)같은 극단적인 예시를 제외하면 국민소득이 낮을수록 성평등지수 또한 낮은 경향이 있으므로 통계적 경향성만 제시하자면 양성평등 = 낮은 출산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 근거만 가지고 양성평등 그 자체가 출산율을 낮추는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강력한 변수 중 하나가 소득이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는 여성의 평균 소득이 오르고 사회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양성평등) 출산율이 떨어지는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하지만, 논리는 세상을 설명하는 일개 도구에 불구하니 통계를 들고 올 수 밖에.
최근 들어서는 경제발전과 이로인한 성평등화는 초기에는 출산율을 떨어트리지만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과 중국이다), 이미 소득이 높아진 사회에서 성평등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지면 출산율을 높인다는, 이른바 'U자형 그래프' 가설 또한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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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EI (Women's political empowerment index: 여성의 정치참여 지수, 이하 '성평등지수')를 시대별로 분류한 결과 성평등지수와 무관하게 과거의 출산율이 높았고 현대의 출산율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된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를 제외하면 성평등지수와 출산율은 음의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00년대 이후의 결과만 보면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들이 미약하게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자형 그래프' 가설이 한 때 학계 일부에서 지지를 받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UN 연구기관에서도 언급했을 정도이니 해당 가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레게 했는지는 안봐도 비디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자형 그래프' 가설은 인정받지 못했는데, 아래의 표를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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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표는 국가별 성평등지수와 출산율을 비교했기 때문에 한 국가내에서 양성평등이 진행되면서 출산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여주지 못한다. 위의 표가 그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평등지수가 높아졌고, 높아진 성평등지수와 함께 출산율이 떨어지는, 역 J-커브를 그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한 국가내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높아진 성평등지수는 출산율 감소와 높은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위 표에서 앞서 언급된 'U자형 그래프' (성평등지수가 높아지면서 출산율도 같이 상승한)를 일부나마 보여주는 국가들은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뿐이다. 그런데 이들 네 국가들은 원래부터 출산율이 다른 선진국 대비 높은편으로, 전체를 대변하는 샘플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U자형 그래프' 가설이 힘을 잃고 있는것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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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에서도 출산율이 높은편인 미국의 예시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의 합계 출산율은 가임 가능한 여성 1,000명당 57.8명 이었다.
위 그래프는 인종별 출산율을 비교한 것인데, 백인의 출산율이 55.3명으로 가장 낮고 히스패닉의 출산율이 64.8로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민자들의 출산율 기여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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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 중 1/4은 멕시코 (히스패닉)임을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미국 이외에도 이민에 우호적인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도 이민자들이 (이슬람) 출산율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
정리하자면:
- 경제 발전은 여성의 사회 참여도를 촉진시키고, 이는 여성인권 개선으로 이어진다.
- 여성들은 권리가 높아진 환경에서 출산을 덜하는 공통적인 선택을 한다.
- 여성인권이 높으면서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의 경우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국가에서 이민 온 이민자들의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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