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서 떠오르고 있는 성장의 유형이 있다. 바로 Product Led Growth, 제품 주도 성장이다.
제품 주도 성장은 기존의 마케팅 & 세일즈 주도 소프트웨어 매출 성장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통적인 B2B 소프트웨어를 생각하면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은 개나 줘버린듯한 인터페이스, 필요한 기능을 회사가 사용하는게 아니라 회사에 필요한 기능을 끼워 맞추는 SI식 개발 프로젝트 등이 생각날 것이다. 실제로도 많은 회사들이 업계 '표준'에 대한 고려없이 자사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SI식 개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고, SaaS (Software as a Service)는 비교적 최신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10여년간 벤처캐피탈의 돈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전통 B2B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장벽을 넘어서 사용하기 편리한 SaaS (Slack, Asana, Hubspot 등) 툴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사용성'에 있는데, B2B에서 흔히 무시당했던 사용성을 마치 B2C 제품처럼 가다듬으면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가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소비자-그레이드 UX (사용자 경험)을 갖춘 B2B SaaS 프로덕트가 많아지는 현상을 'Consumerization'이라 한다. 직역하면 '소비자화'인 것이다.
'소비자화'는 왜 중요할까?
B2B SaaS를 선택하는 과정이 마치 장 보는것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재래시장 (요즘말로 '전통' 시장이라 하더라. 시장에 전통/비전통이 어디있냐는 주의이다만)에서 구매자가 주인과 흥정하던 정겨운 풍경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막 출고받은 외제 SUV를 비바람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줄 주차장과 규격화된 식료품 선반, 삭막한 무인계산기를 보유한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사람들, 아니 그것조차도 귀찮아서 쿠팡에서 주문하고 아니다 싶으면 반품하는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B2B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B2B 마케팅 에이전시인 Considered Content는 2022년 설문조사에서 53%에 달하는 SaaS 구매자들이 영업사원 (sales executive)과의 교류없이 제품을 구매하길 원했다고 한다. B2B SaaS 사용자들은 영업사원이 친절히 알려주는 제품보다는 자기가 직접 사용법을 배우는것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이다. 물론 본인이 직접 사용법을 배우려면 그 제품의 사용법이 쉽고 간결해야 할 것 이다.
PLG (Product Led Growth) 전략을 구분짓는 특징들
- 사용자 중심 확산
- 세일즈 팀의 개입없이도 고객으로 전환 (무료 -> 유료/비회원 -> 회원 등)
- 제품 중심 조직
1. 사용자 중심 확산
고객은 스스로 제품을 사용해 보고, 제품을 좋아하고 신뢰하게 되면서 친구나 동료와 공유하게 된다. 신규 사용자가 제품을 일상 생활에 녹여내면서 하는 행동들을 분석 도구를 통해 파악하고 제품을 그에맞게 개발한다.
2. 세일즈 팀의 개입없이도 고객으로 전환
PLG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게 셀프 서비스이다. 이용, 평가판 사용, 채택 모두 사용자 자발적으로 이루어져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물론 셀프 서비스가 돌아가려면 제품 자체가 직관적이며 사용하기 간편해야 한다. 따라서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어려운 말로 TTV (Time to Value)가 극도로 짧아야 한다.
3. 제품중심 조직 |